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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도 괜찮아(연재)

[혼자여도 괜찮아 2화] 생일 이후, 침묵과 단절

by 다시 시작하는 엄마 2025.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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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도 괜찮아 2화] 생일 이후, 침묵과 단절


아빠가 없는 생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우리의 삶에는 보이지 않는 침묵이 깃들기 시작했다.

[혼자여도 괜찮아 2화] 생일 이후, 침묵과 단절


아빠 없는 생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아이와 나는 그저 잘 지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가 없던 시간이 일상이었던 것처럼.

아진이는 여전히 학교에서 돌아오면 내게 달려와 “엄마, 오늘 학교에서 이랬어!” 하고 이야기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래? 아진이 너무 잘했네!” 하고 대답했다.
아빠의 부재는, 어쩌면 우리 둘에게 익숙해진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모든 것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걸 나는 느끼고 있었다.


[혼자여도 괜찮아 2화] 생일 이후, 침묵과 단절


8월이 되자, 연락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남편의 이름이 뜰까 봐 자꾸만 들여다보던 휴대폰 화면은 이제 아무런 알림도 없었다.
대신 은행 알림조차 뜨지 않았다.
매달 들어오던 150만 원의 생활비조차 끊겼다.

‘이번 달은 왜 안 보냈지?’
처음엔 그저 실수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자, 모든 의문이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엄마, 아빠는 언제 와?”

아진이가 묻는 순간마다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빠는 지금 훈련 중이잖아. 조금 더 기다려보자.”
훈련 중이라는 말은 늘 아진이를 안심시켜줬다.
아진이는 나를 믿었고, 그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가 훈련 중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그리고 그 가능성 속에서, 그는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밤이면 점점 무거워지는 정적 속에서 나는 자꾸만 스스로를 묻곤 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그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믿었다.
사랑하는 남편과의 결혼, 귀여운 딸과 함께하는 가족의 삶.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랑은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원인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를 찾는 대신 나는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진이의 웃음, 건강, 그리고 평온한 하루.
남편의 부재는 이미 익숙한 일이었고,
그가 준 상처를 묻어둔 채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살아갔다.



그날 밤, 창밖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는데도, 우리 둘은 이렇게 잘 지내고 있어.’
그가 없는 하루하루가 이제는 낯설지 않았다.
마치 그의 빈자리가 원래 없었던 것처럼.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이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을 것임을.
어떤 폭풍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조짐은 분명히 보이고 있었다.


다음 화 예고:

“갑작스럽게 도착한 문자 한 통.
‘이혼하자.’
그리고 이어지는 차가운 한마디.
‘아이 핑계 대지 마.’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정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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